말이 통하지 않는 재판
국제결혼 부부의 이혼 사건에는 다른 어려움이 있습니다. 서면을 주고받아도 상대가 그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통역을 거치면 절차가 길어집니다.
여기에 감정이 얹히면 다툴 필요가 없는 부분까지 다투게 됩니다. 이혼 자체에는 양쪽 모두 이견이 없는데도 위자료 액수 때문에 재판이 몇 달씩 이어지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 글은 그런 사건을 화해권고결정으로 마무리한 기록입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연출 이미지입니다.
사건 개요 — 본소와 반소
한쪽이 이혼을 구하는 소를 냈고, 상대는 반소로 이혼과 위자료를 구했습니다. 상대는 외국 국적이었습니다. 반소를 받은 쪽이 결정에 따라 위자료를 지급하는 구조였고, 상대가 처음 구한 금액보다 정리된 액수였습니다.
재판부는 화해권고결정을 내렸습니다. 결정사항은 네 부분이었습니다.
양쪽은 이혼하고, 한쪽은 정해진 날까지 상대에게 위자료로 2,000만원을 지급하되 그 기한을 넘기면 미지급금에 연 1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가산해 지급하며, 나머지 반소청구는 포기하고,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외국인 배우자와도 한국 법원에서 이혼할 수 있나요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부부가 한국에 함께 거주하고 있거나, 혼인 생활의 중심이 한국에 있었다면 우리 법원이 재판을 맡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양쪽의 주소가 같은 곳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함께 생활하던 주거지가 국내에 있었다는 뜻입니다.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할지도 따로 정해집니다. 부부의 국적이 다르면 함께 살던 곳의 법이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실제 사건에서는 이 쟁점보다 이혼 여부와 금액이 실질적인 다툼이 되는 편입니다.
화해권고결정으로 끝내는 이유
국제결혼 사건에서 이 방식이 유용한 국면이 있습니다.
첫째는 기간입니다. 판결까지 가면 통역과 번역 절차가 반복되어 시간이 늘어납니다. 체류 자격이 걸린 경우에는 그 기간 자체가 부담이 됩니다. 결정문은 판결문보다 짧고 번역할 분량도 적어, 상대가 내용을 이해하는 데 드는 시간도 줄어듭니다.
둘째는 확실성입니다. 상대가 본국으로 돌아가면 뒤에 집행이 어려워집니다. 지급 기한과 미이행 시 효과를 결정문에 담아두면 그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기한을 넘기면 미지급금에 연 10%의 지연손해금을 가산하도록 정해졌습니다.
이 조항이 없으면 상대가 기한을 넘겨도 부담이 늘지 않습니다. 시간을 끄는 쪽이 유리해집니다.
가산 조항이 있으면 반대가 됩니다. 늦출수록 부담이 커지므로 기한을 지킬 유인이 생깁니다. 합의문을 검토할 때 금액 다음으로 확인하는 항목입니다.
나머지 반소청구를 포기한다는 조항
합의로 끝낼 때 흔히 들어가는 문구입니다. 결정사항에 적힌 것 외에는 더 청구하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이 사건에서 상대는 위자료로 더 큰 금액을 구했지만, 결정된 금액을 받는 대신 나머지를 정리했습니다.
포기 범위는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위자료만인지 재산분할까지 포함되는지에 따라 뒤에 남는 선택지가 달라집니다. 한 번 확정되면 같은 내용으로 다시 다투기 어렵습니다.
화해권고결정은 송달받은 날부터 2주 안에 이의를 신청하지 않으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습니다.
재판상 화해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으므로 그대로 집행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외국인인 경우 송달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습니다. 주소가 바뀌었거나 본국에 머무는 기간이 있으면 절차가 늦어지므로, 결정문을 받은 날짜를 정확히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연출 이미지입니다.
체류 자격은 어떻게 되나요
결혼을 통해 체류 자격을 얻은 배우자에게는 이혼이 곧바로 체류 문제로 이어집니다.
혼인 파탄의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는지가 관련 절차에서 고려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위자료를 둘러싼 다툼이 단순한 금액 문제로만 흘러가지 않습니다. 화해권고결정에는 책임의 소재가 적히지 않으므로, 그 점이 양쪽 모두 받아들이기 쉬운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다만 체류 자격은 가정법원이 판단하는 사항이 아닙니다. 별도의 행정 절차에서 다루어지므로, 이혼 사건의 결과가 어떤 자료로 쓰이는지를 미리 확인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국제결혼 사건에서는 서로의 진술이 정면으로 엇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어와 문화 차이로 같은 상황을 다르게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록이 중요합니다. 문자와 메신저 대화, 송금 내역, 병원 기록, 주변인의 진술이 자료가 됩니다.
번역이 필요한 자료라면 미리 정리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제출 단계에서 번역을 준비하면 기일이 한 번 더 지나갑니다. 번역문에는 번역자를 표시하고, 원문과 함께 내야 증거로 다루어집니다.
상대가 본국으로 돌아간 뒤라면
이혼 절차 중에 상대가 출국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도 소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송달 방법이 달라집니다. 국제적으로 서류를 보내는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만큼 기간이 늘어납니다. 주소가 확인되지 않으면 공시송달을 검토하게 됩니다.
집행도 어려워집니다. 국내에 재산이 남아 있지 않으면 결정문이 있어도 회수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대가 국내에 있을 때 정리하는 편이 실효성이 큽니다.
자녀가 있는 국제결혼 사건이라면
이 사건에는 자녀에 관한 다툼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자녀가 있는 국제결혼 사건은 구조가 한층 복잡해집니다.
친권과 양육자를 정하는 기준은 자녀의 복리입니다. 국적이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불리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쪽이 본국으로 돌아갈 계획이 있으면 면접교섭을 어떻게 실현할지가 실제 쟁점이 됩니다.
자녀를 데리고 출국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면 사전처분이나 출국 관련 조치를 함께 검토합니다. 일단 국경을 넘고 나면 절차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시점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결정문을 받은 뒤에 할 일
이의신청 기간을 확인한 다음에는 이혼 신고를 챙겨야 합니다. 확정된 뒤 정해진 기간 안에 신고해야 가족관계등록부가 정리됩니다.
위자료가 기한 안에 들어오지 않으면 결정문에 집행문을 부여받아 강제집행에 들어갑니다. 이때 청구할 금액은 원금과 가산된 지연손해금입니다.
상대의 국내 계좌나 급여, 보증금 같은 재산이 대상이 됩니다. 어디에 무엇이 남아 있는지 확인이 어렵다면 재산명시나 재산조회 절차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확인이 필요합니다
- 이혼에는 이견이 없는데 위자료 액수에서 진행이 멈춰 있다
- 상대가 출국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합의 조건을 제안받았는데 기한을 넘겼을 때의 효과가 적혀 있지 않다
상담 전에 준비할 것
- 혼인관계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
- 대화 기록과 송금 내역 — 번역이 필요한 자료는 원문과 함께
- 상대의 체류 자격과 주소를 알 수 있는 자료
- 받은 결정문이나 합의서 초안 전체
국제이혼은 절차가 길어지기 쉬운 사건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다투고 무엇을 정리할지 초기에 나누는 것이 시간과 결과 모두에 영향을 줍니다. 지금 어떤 자료가 있는지부터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